며칠 전 대학원 선배님의 인스타그램에 한 포스팅이 올라왔다. 내용은 '직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고, 손님이 없어 힘들다는 가맹점 점주님의 넋두리에 매장을 방문하고 기겁을 했다는 내용'이다. 첨부된 사진을 보고 나 또한 매우 놀랐다.
이 한 장의 사진에 CCTV가 8개가 있다. 전기 통신선을 따라 일렬로 배치된 CCTV 몇 장의 사진 속에는 온통 CCTV가 가득하다. 보통 CCTV는 주 출입구와 부출입구, 카운터 그리고 실내의 네 귀퉁이, 주방의 두 귀퉁이에 설치한다. 그 이유는 카메라가 노골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면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약간의 사각지대를 감수하고 전체적으로 매장을 바라볼 수 있게 설치를 하거나, 천장 색과 같은 색으로 칠해서 카메라를 숨기는 방법을 택한다. 이 가맹점 점주님은 이렇게 많은 카메라로 매장관리를 하고 계셨다. 전문가 관점에서는 이익보다 손해가 큰 선택이라 판단되지만, 점주님은 탁월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신다.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 차이가 나, 선배님의 고충이 느껴졌다.
왜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까? 이유는 사람은 편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편향성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자신의 직업적 혹은 가치관 필터를 거치면서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위 사진을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전공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위치상 발생하는 사각이 먼저 보인다. 일렬로 배치해서 발생한 사각을 줄이기 위해 동일 라인에 카메라를 중복 배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위치조정을 하면, 절반 정도의 카메라로 사각 없이 방범 활동을 할 수 있다.
같은 상황을 마케팅 전문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보색대비로 불필요한 것이 도드라지는 현상이 먼저 보인다. 검은색 천장 위로 흰색의 선풍기와 CCTV가 보인다. 이런 강조로 얻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는 없다. 오히려 천장에서 강조된 선풍기와 CCTV로 고객의 집중을 흩트린다는 판단이 든다. 더욱이 뒤에 보이는 나무 기둥 역시도 천장 색을 고려했을 때, 어울리지 않는다. 검정 천장을 선택했으면, 은색과 금색 구리색 등 금속의 느낌으로 전체적인 톤을 잡아야 했다.
역시 같은 상황을 외식운영 전문가 관점에서 바라보면 또 다르다. 직원복지에는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가 있다. 서비스업 직군의 직원은 유니폼을 입고 있기에 항상 타인의 시선에서 노출이 된다. 이는 업무 중에 타인의 시선으로 긴장된 상태에서 근무한다는 뜻이다. 이에 고용주는 시선에서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근무 만족도'를 향상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고용주의 시선도 들어간다. 이렇게 많은 CCTV는 직원의 긴장도를 필요 이상 높게 만들어 근무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고용주가 CCTV로 근무자의 근무상태를 확인하고 해당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은 현행법에도 위반이 된다. 자칫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어쩌면 우리는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못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렉산드리아 호로비츠는 '관찰의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마을의 산책길을 여러 전문가와 같이 걸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적었다. 지질학자의 관점과 시각장애인의 관점이 달랐고, 일러스트레이터와 도시사회학자의 관점도 달랐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업무로 확장하면, 하나의 제안이나 결정에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모여야 전체가 된다. 이것이 편향성을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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